퍼블리싱 계약, 유통 계약이랑 뭐가 다른가
둘 다 "내 곡을 맡기는" 계약인데 맡기는 대상이 다릅니다. 헷갈린 채로 사인하면 몇 년 뒤에 곡을 내 마음대로 못 씁니다. 차이부터 정리했습니다.
“퍼블리싱 계약 제안이 왔는데 이게 유통 계약이랑 뭐가 다른 건가요?”
둘 다 내 것을 맡기는 계약처럼 들리지만 맡기는 대상이 다릅니다. 유통은 음원을, 퍼블리싱은 곡을 다룹니다. 유통 계약은 끝나면 음원을 내리면 그만인데, 퍼블리싱 계약은 곡 자체에 걸려 있어서 커버·광고·해외까지 따라가고 계약이 끝난 뒤에도 꼬리가 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작가에게는 하나가 더 있죠. 이미 음저협에 신탁 중이라면, 퍼블리셔와 맺을 수 있는 계약의 모양이 협회 약관으로 이미 좁혀져 있습니다. 제 해석은 이렇습니다. 신탁 회원에게 퍼블리싱 계약의 첫 질문은 “조건이 좋은가”가 아니라 “이 계약이 약관 안에서 가능한가”입니다. 순서를 거꾸로 하면 잘 협상한 조항이 약관 밖에 놓일 수 있습니다.
유통은 음원을, 퍼블리싱은 곡을
| 유통 계약 | 퍼블리싱 계약 | |
|---|---|---|
| 대상 | 그 녹음물 | 곡 자체 (저작권) |
| 하는 일 | 멜론·스포티파이에 올리고 거기서 나온 돈을 받아다 줌 | 방송·광고·드라마·해외 등에서 곡이 쓰이도록 영업하고 관리 |
| 끝나면 | 음원을 내리면 됨 | 그 곡에 꼬리가 남을 수 있음 |
| 기간 | 보통 몇 년 단위 | 훨씬 깁니다 |
권리 지도의 두 층 구조가 여기서도 그대로입니다. 유통사는 아래층(녹음물)을, 퍼블리셔는 위층(곡)을 봅니다.
같은 곡을 다른 가수가 불러도 저작권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퍼블리싱은 커버·리메이크·광고·드라마까지 따라갑니다. 녹음물 하나가 아니라, 그 곡이 앞으로 될 수 있는 모든 버전이 대상입니다.
퍼블리셔는 실제로 뭘 하나
제대로 된 퍼블리셔가 하는 일은 대략 넷입니다.
- 곡을 팔러 다닙니다. 드라마·광고·게임에 곡을 붙이는 영업
- 해외에서 걷습니다.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해 그 나라 사용료를 받아 옴
- 등록과 관리. 협회 신고, 지분 정리, 정산 대조
- 다른 아티스트에게 곡을 연결. 작가와 가수를 붙이는 일
제안한 곳이 이 중 몇 개를 실제로 하고 있는지가 첫 질문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지분만 가져가는 계약이라면 안 하는 편이 낫습니다. “작년에 성사시킨 건이 몇 건인지” 물어보세요. 얼버무리면 그 자체가 답입니다.
신탁 중이라면 약관부터 봅니다
협회 신탁과 퍼블리싱은 둘 다 저작권을 다루지만 역할이 다릅니다.
| 협회 신탁 | 퍼블리싱 | |
|---|---|---|
| 하는 일 | 사용료 징수·분배 | 영업·관리·해외 |
| 성격 | 걷어다 주는 것 | 팔러 다니는 것 |
| 권리의 위치 | 저작권이 협회로 이전됨 | 계약에 따라 양도 또는 관리 위임 |
여기서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둘이 나란히 굴러가는 관계가 아닙니다. 음저협 신탁계약약관 제3조 제1항은 신탁하면 저작권이 협회로 이전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신탁한 저작물에 대해 위탁자가 “어떠한 경우에도 제3자에게 이용허락 및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신탁한 곡의 저작권은 이미 협회에 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음저협에 신탁 중이라면 계약서 문구보다 이걸 먼저 봅니다. 퍼블리셔에게 저작권을 양도하는 길은 같은 조 제2항 제2호 하나입니다. 협회와 저작권 신탁계약을 체결한 음악출판자에게 저작물의 이용개발을 위해 저작권을 양도하는 경우이고, 이때도 협회가 정하는 양식에 따른 사전 통지가 필요합니다. 상대 퍼블리셔가 협회 신탁 회원인지부터 확인하세요. 계약서에 아무리 잘 적어도 이 요건을 못 채우면 그 양도는 약관 밖입니다.
양도와 별개로 약관 제4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광고에 복제하는 경우, 영화에 복제하는 경우 등 정해진 이용형태는 서면 의사표시로 신탁 관리범위에서 뺄 수 있고, 뺀 부분은 위탁자가 직접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퍼블리셔와 광고·영화 쪽 영업을 같이 하려 한다면 이 조항이 출발점입니다.
함저협은 약관이 달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에서 볼 것
1. 저작권을 넘기는가, 관리만 맡기는가
문구가 이렇게 갈립니다.
“저작재산권을 양도한다” → 소유권이 넘어갑니다 “저작권 관리를 위임한다” → 관리만 맡깁니다
양도면 계약이 끝나도 곡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행상 퍼블리싱 계약에 양도 문구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범위와 기간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신탁 회원이라면 위에서 본 제2항 제2호 요건도 같이 봅니다.
2. 계약 기간과 그 이후
퍼블리싱은 유통보다 기간이 길고, 두 개를 나눠 봐야 합니다.
- 계약 기간: 새 곡이 계약에 묶이는 기간
- 잔존 기간(retention): 계약이 끝난 뒤에도 기존 곡을 계속 관리하는 기간
두 번째를 놓치기 쉽습니다. 계약은 3년인데 잔존 기간이 10년이면 그 곡은 사실상 13년 묶입니다. 앞 표에서 꼬리가 남는다고 한 게 이 잔존 기간입니다.
3. 대상 범위: 이미 낸 곡까지 들어가는가
“계약 기간 중 창작하는 모든 저작물”이라는 문구가 있으면 앞으로 만드는 곡 전부가 들어갑니다. 여기에 기존 곡(카탈로그)까지 넣는 조항이 붙기도 합니다. 한 곡 때문에 사인했는데 지금까지 쓴 곡 전부가 넘어가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4. 지분 배분
작가와 퍼블리셔가 저작권 수입을 어떻게 나누는지입니다. 분야별로 다를 수 있으니 숫자 하나만 보지 마세요.
정산 구조에서 봤듯이 저작권자 몫 자체가 전체 매출의 일부입니다. 퍼블리싱 지분은 그 일부를 다시 나누는 것이라는 걸 계산에 넣으세요.
5. 어드밴스(선급금)
받는 돈이지만 대부분 앞으로 들어올 내 몫에서 차감됩니다. 확인할 것은 셋입니다.
- 회수 못 하면 반환 의무가 있는가
- 어느 수입에서 차감하는가. 내 저작권 몫에서만인지, 다른 수입에서도인지
- 회수 전에는 정산을 아예 안 주는가
6. 서브퍼블리싱
국내 퍼블리셔가 해외 관리를 현지 회사에 다시 맡기는 구조입니다. 단계마다 수수료가 빠질 수 있습니다. 해외 수입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각 단계에서 얼마씩 떼는지 계약서에 적혀 있어야 합니다.
7. 2차 이용 동의권
내 동의 없이 이런 걸 할 수 있게 돼 있는지 봅니다.
- 광고·드라마·게임 삽입
- 가사 개작, 편곡 변경
- AI 학습 데이터 제공
마지막 항목이 최근 계약서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음저협이 AI 활용 음악 등록 기준을 철회하고 등록을 보류한 상태라, 포괄 동의는 피하고 건별 사전 동의로 두는 쪽이 안전합니다.
양도인가 이용허락인가: 조문으로 보면
양도는 권리 자체가 넘어갑니다. 넘긴 범위 안에서는 더 이상 내 권리가 아닙니다. 이용허락은 권리는 내게 두고 쓰게 해 주는 것입니다.
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제46조 제2항)
범위를 벗어난 이용은 허락받지 않은 이용입니다. 그래서 이용허락 계약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를 적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
이용허락으로 얻은 권리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제46조 제3항). 다만 조문이 요구하는 건 “동의”라서, 계약서에 양도·승계를 미리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 있으면 그 동의가 이미 있는 셈이 됩니다. 조문이 다루는 것도 “양도”이고 합병 같은 포괄승계는 따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상대가 회사를 넘길 때 내 곡이 같이 넘어가지 않게 하려면 계약서의 양도·승계 조항을 확인하세요.
전부 양도해도 안 넘어가는 것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전부 양도”라고 써 있어도 편곡·번안·리믹스를 만들 권리는 따라가지 않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넘기려면 계약서에 따로 적어야 합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그 한 줄이 있으면 상대가 내 곡을 편곡해 쓰는 길이 열립니다. 다만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해서(제14조 제1항) 양도되지 않으므로 동일성유지권(제13조)은 여전히 내게 남습니다. 저작인격권 불행사 조항이 같이 붙어 있는지도 보세요. 그 한 줄이 없으면 추정이 내 쪽에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사인 전 확인
- 협회 신탁 중이라면, 상대가 협회 신탁 회원인지와 약관상 가능한 계약인지 확인했는가
- 저작권 양도인지 관리 위임인지 확인했는가
- 계약 기간과 잔존 기간을 둘 다 확인했는가
- 기존 곡과 앞으로 낼 곡 중 무엇이 포함되는지 봤는가
- 어드밴스의 차감 방식과 반환 의무를 확인했는가
- 서브퍼블리싱 단계의 수수료가 명시돼 있는가
- 2차 이용과 AI 학습에 건별 동의가 필요한가
- 협회 신탁과의 관계가 적혀 있는가
- 이 회사가 작년에 실제로 성사시킨 건을 물어봤는가
유통 계약서 7개 조항과 겹치는 항목이 있지만, 퍼블리싱은 기간이 길고 대상이 넓어서 잘못됐을 때 되돌리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받은 계약서를 두고 어디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문의해 주세요.
유통 계약은 끝나면 음원을 내리면 되지만, 퍼블리싱 계약을 잘못 맺으면 그 곡이 앞으로 될 수 있는 모든 버전이 같이 묶인다는 점을 사인하기 전에 한 번 더 떠올려 보세요.
고친 기록
본문을 다시 썼습니다. 주장: 유통은 음원을, 퍼블리싱은 곡을 다뤄서 퍼블리싱은 커버·광고·해외까지 따라가고 잔존 기간으로 꼬리가 남는다. 그리고 음저협 신탁 회원이라면 퍼블리셔와 맺을 수 있는 계약의 모양이 약관 제3조·제4조로 이미 좁혀져 있어, 첫 질문은 조건이 좋은가가 아니라 약관 안에서 가능한가다. 신탁 절을 계약서 항목 앞으로 옮겼습니다. 숫자·조문·인용은 그대로. 뺀 도표: 유통·퍼블리싱 비교 SVG(같은 내용을 표로 옮김).
네 군데를 고쳤습니다. 음저협 신탁 중 퍼블리셔에게 "넘기는 길은 하나" 라고 적었는데, 그건 양도에 한한 이야기입니다. 약관 제4조는 광고 복제, 영화 복제 등 정해진 이용형태를 서면으로 신탁 관리범위에서 빼고 위탁자가 직접 권리를 행사하게 하므로 이를 덧붙였습니다. AI 기준이 "정리되는 중" 이라던 문장은 음저협이 기준을 철회하고 등록을 보류한 상태로 바로잡았습니다. 어드밴스 반환 의무가 "없어야 정상" 이라는 문장과 서브퍼블리싱에서 "수수료가 두 번 빠진다" 는 단정은 1차 근거가 없어 확인 항목으로 낮췄습니다.
신탁과 퍼블리싱의 관계를 "대체로 병존" 이라고 적은 것이 틀렸습니다. 음저협 신탁계약약관 제3조는 신탁하면 저작권이 협회로 이전되고 위탁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제3자에게 이용허락을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퍼블리셔에게 넘기는 길은 제2항 제2호 하나뿐이고 상대가 협회 신탁 회원이어야 합니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넘겨도 동일성유지권은 남는다는 것, 제46조 제3항의 "동의" 가 계약서로 미리 채워질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적었습니다.
양도와 이용허락을 구분하는 조문 근거를 넣었습니다. 제46조는 이용허락이 "허락받은 방법과 조건의 범위 안" 으로 제한되고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넘길 수 없다고 정합니다.
제45조 제2항을 추가했습니다.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해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계약서에 "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 문구가 있는지가 갈림길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요율과 규정은 개정됩니다. 무엇이 언제 달라졌는지 남겨둡니다.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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