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음악 얘기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 요즘은 누가 곡을 골라주나
예전엔 라디오 PD가 틀어주면 떴습니다. 지금은 그 자리에 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곡을 고르는 권력이 어디로 옮겨갔는지 짚어봅니다.
2020년 5월, 멜론은 실시간 차트에서 순위와 등락 표시를 지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TV리포트 보도에 따르면 1시간 이용량으로 집계하던 차트를 최근 24시간 기준으로 바꾸고, 순위 경쟁보다 음악을 발견하는 쪽에 충실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가 줄 세우기를 그만두겠다고 한 날입니다.
이 결정이 말해 주는 건 차트도 문지기였다는 사실입니다. 무엇을 몇 시간 단위로 셀지 정하는 쪽이 어떤 곡이 위로 갈지를 정합니다. 곡이 사람에게 닿으려면 누군가 골라 줘야 하고, 그 누군가는 시대마다 자리를 옮겼을 뿐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제 주장은 하나 더 나갑니다. 지금의 문지기는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 제도가 됐습니다. 공짜로 두드리는 문과 돈을 내고 여는 문이 약관에 나란히 놓인 셈이죠.
골라 주는 사람은 바뀌었고, 돈이 끼는 자리도 바뀌었습니다
| 시기 | 골라 주는 쪽 | 돈이 끼어드는 방식 |
|---|---|---|
| 방송·매장 | 라디오 PD, 음반 가게 | 숨긴 대가는 처벌 대상(미국) |
| 플랫폼 | 플레이리스트 에디터, 추천 알고리즘, 차트 집계 기준 | 공개된 피칭 창구, 수수료를 내는 추천 프로그램 |
| 숏폼 | 곡을 영상에 쓰는 이용자, 그걸 다시 퍼뜨리는 이용자 |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예전에는 사람이 골랐습니다. 방송에서 틀어 주면 알려지고, 안 틀어 주면 묻히는 구조. 소수의 판단에 많은 게 달려 있었으니 돈이 끼기 쉬웠습니다. 미국은 1960년 연방법에 조항을 넣어, 방송국 직원이 곡을 트는 대가로 돈을 받으면서 방송 전에 그 사실을 방송국에 알리지 않으면, 받은 직원과 준 사람 모두 1만 달러 이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또는 둘 다)에 처하도록 했습니다(47 U.S.C. §508).
지금은 그 자리가 둘로 나뉩니다. 플랫폼 에디터가 만드는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추천 알고리즘. 숏폼에서는 하나가 더 생겼습니다. 누군가 곡을 영상에 쓰면 그게 퍼집니다. 이용자가 큐레이터가 된 경우입니다.
고르는 주체는 바뀌었지만 “골라져야 들린다”는 건 그대로입니다. 문은 넓어졌는데 문지기가 없어진 건 아닙니다. 얼굴이 안 보일 뿐이고, 얼굴이 안 보이는 쪽이 더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엔 적어도 누구를 설득해야 할지는 알았으니까요.
공짜 문과 유료 문
스포티파이에는 두 개의 창구가 공식 기능으로 있습니다.
하나는 에디터 피칭입니다. 아티스트가 Spotify for Artists에서 발매 전 곡을 에디터에게 직접 피칭하게 돼 있고, 발매 7일 전까지 피칭하면 팔로워의 Release Radar에 들어간다고 안내합니다. 안내 페이지에 피칭 비용을 받는다는 말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디스커버리 모드입니다. 스포티파이 안내에 따르면 아티스트나 레이블이 우선하고 싶은 곡을 고르면, 그 신호가 개인 맞춤 추천 알고리즘에 더해집니다. 추천될 가능성이 높아질 뿐 보장은 아니라고 적혀 있습니다. 대신 그 곡이 라디오·자동재생·믹스(데일리·아티스트·무드 등) 같은 디스커버리 모드 맥락에서 재생되면 스포티파이가 수수료를 떼고, 나중 정산서에서 차감합니다. 선불 비용은 없습니다. 스포티파이 도움말에 따르면 수수료는 그 맥락의 재생에서 나온 음원(레코딩) 로열티의 30%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이 기능에 넣은 곡의 월간 청취자가 평균 106% 늘었다고 홍보합니다.
이렇게 읽힙니다. 라디오 시절 숨겨서 주고받던 돈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그 돈이 공개된 약관 안으로 들어와 수수료가 됐습니다. 숨기지 않으니 미국 방송법이 겨냥한 그 문제와는 다릅니다. 그래도 추천에 돈이 섞인다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이 수수료 낸 추천이 듣는 사람 화면에 따로 표시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플랫폼에 같은 유료 창구가 있는지, 디스커버리 모드를 한국 유통사를 통해 쓸 수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스포티파이 도움말에 따르면 참여 유통사를 통해야 하고, 월간 청취자 2만 5,000명 이상, 대상 곡 3곡 이상 같은 조건이 붙은 베타 기능입니다. 곡도 발매 후 30일이 지나야 합니다. 혼자 곡을 막 낸 창작자에게는 아직 열리지 않는 문일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뭘 보나
정확한 기준은 플랫폼이 공개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추정이고, 그렇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흔히 거론되는 신호는 이런 것들입니다.
- 듣는 사람의 반응. 스포티파이는 청취자가 곡에 반응하지 않으면 다음 추천에 반영한다고 디스커버리 모드 안내에서 밝힙니다(무엇을 반응으로 보는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 저장하거나 담아 두는가
- 발매 직후 며칠의 반응 속도
뒤의 둘은 공식 기준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숏폼 시대의 곡 구조와 얘기가 이어집니다. 인트로가 사라진 게 취향 문제만은 아니었던 겁니다.
이걸 공식처럼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기준은 바뀌고, 곡마다 다르고, 맞추려고 곡을 만들면 대체로 티가 납니다.
그래서 뭘 할 수 있나
통제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알고리즘도 에디터도 손 밖입니다. 그래도 문이 어디 있는지 알면 두드릴 수는 있습니다.
메타데이터를 제대로 넣으세요. 장르 태그, 크레딧, 아티스트명이 정확해야 시스템이 곡을 제대로 분류합니다. 메타데이터 실수에서 다룬 것들이 노출에도 영향을 줍니다.
피칭은 실제로 하세요. 공짜 문인데 안 두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플랫폼은 유통사를 거치는 경우가 있으니 유통사 고를 때 부가 서비스 항목에서 확인하세요.
유료 문은 계산부터 하세요. 수수료는 그 맥락의 재생에서만 떼지만, 결국 내 몫에서 나갑니다.
- 발매 7일 전까지 Spotify for Artists에서 피칭했는가
- 장르·크레딧·아티스트명 메타데이터를 유통사에 정확히 넘겼는가
- 내 유통사가 디스커버리 모드 같은 유료 추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지, 내 곡이 이용 조건(월간 청취자 2만 5,000명 이상 등)에 맞는지 확인했는가
- 발매 직후 며칠 동안 알릴 사람 목록을 미리 만들어 뒀는가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마케팅이냐”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순서를 뒤집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곡이 먼저고, 골라지는 건 그다음입니다. 알고리즘에 맞춘 곡이 오래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곡만 좋으면 알아서 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그 사이 어디쯤이 답일 텐데, 거기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고친 기록
본문을 다시 썼습니다. 주장: 곡을 골라 주는 문지기는 사라진 게 아니라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 제도가 됐습니다. 무료 창구(에디터 피칭)와 유료 창구(수수료를 내고 추천 신호를 더하는 스포티파이 디스커버리 모드)가 있고, 라디오 시절 미국이 숨긴 돈을 처벌하던 자리를 지금은 공개된 약관 속 수수료가 차지합니다. 근거로 Spotify for Artists 디스커버리 모드 안내, 미국 47 U.S.C. §508, 멜론의 2020년 실시간 차트 개편 보도(TV리포트)를 새로 넣고 출처에 더했습니다. 7일 전 피칭과 Release Radar 안내는 그대로입니다. 플랫폼이 보는 신호 목록은 공개된 기준이 아니라고 다시 밝혔습니다. 뺀 도표: 골라 주는 주체의 이동을 그린 글자 든 SVG. 표로 바꿨습니다. 독립 검증 반영: 디스커버리 모드 수수료율을 "확인하지 못했다"에서 스포티파이 도움말의 30%로 고치고, 월간 청취자 2만 5,000명 이상 같은 이용 조건과 적용 맥락(라디오·자동재생·믹스)을 출처와 함께 넣었습니다. 근거가 없던 피칭 "비용은 없습니다"를 "안내 페이지에 비용 언급이 없다"로 바꿨고, "끝까지 듣는가"는 원문대로 "듣는 사람의 반응"으로, §508 은 방송국에 알릴 의무와 준 사람도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원문대로 고쳤습니다.
플레이리스트 피칭을 "유통사가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고 적었는데, 스포티파이는 아티스트가 Spotify for Artists 에서 발매 전 곡을 직접 피칭하게 돼 있습니다. 발매 7일 전까지 피칭하면 팔로워의 Release Radar 에 들어간다는 안내도 함께 적었습니다. 경험처럼 읽히던 "오래가는 걸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도 고쳤습니다.
요율과 규정은 개정됩니다. 무엇이 언제 달라졌는지 남겨둡니다.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메일로 구독 신청메일로 신청하시면 직접 명단에 넣어 드립니다. 광고성 메일은 보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