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하기 전에전속계약 해지: 표준계약서는 순서부터 정해 뒀습니다
가수 표준전속계약서(문체부 고시 제2024-21호)의 해지 조항을 원문으로 읽었습니다. 14일 시정 요구, 위약벌 계산식과 그 조건, 계약기간 7년 상한, 법이 따로 정한 해지 사유까지 정리했습니다.
짧게 답하면
- 표준전속계약서는 상대가 계약을 어기면 14일 기간을 주고 시정을 요구하고, 고쳐지지 않거나 고칠 수 없으면 해제·해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 표준계약서의 위약벌은 '직전 2년 월평균 매출액 × 잔여 개월 수'. 기획업자가 의무를 다했는데 가수가 일방적으로 깰 목적으로 위반했을 때만 붙습니다.
- 표준계약서는 법이 사용을 강제하지 않는 양식입니다. 내 계약서가 이 조항을 그대로 쓰는지부터 대조하세요.
계약한 지 4년이 넘었는데 정산서는 한 번도 제대로 받아 보지 못했습니다. 회사에 물어보면 “아직 마이너스라서”라는 답만 돌아옵니다.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위약금입니다. 남은 기간만큼 물어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만든 가수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준으로 보면, 해지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상대가 계약을 어기면 14일 동안 고치라고 요구하고 그래도 안 고쳐지면 해지할 수 있습니다. 남은 기간에 비례하는 위약벌은 조건이 붙어 있어서 계약을 깬다고 언제나 붙는 돈이 아닙니다.
기준이 되는 문서: 문체부 고시 제2024-21호
표준전속계약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시로, 「대중문화예술인(가수·연기자) 표준전속계약서」(고시 제2024-21호, 2024. 6. 3. 시행)에 가수중심(별표1)과 연기자중심(별표2) 두 가지가 붙어 있고 이 글은 별표1 가수중심을 읽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행정규칙에서 원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알아 둘 점이 있습니다. 이 계약서는 회사가 반드시 써야 하는 양식이 아닙니다. 법이 정한 건 문체부 장관이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보급한다는 것과 그 계약서를 쓰는 사업자를 재정지원 때 우대할 수 있다는 것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여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사업자 사이 또는 서로 다른 대중문화예술사업자 사이의 대중문화예술용역과 관련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이를 보급하여야 한다.
그래서 아래 조항은 “내 계약서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가 아니라 “기준은 이렇다”로 읽어 주세요. 내 계약서가 표준계약서를 그대로 썼는지, 어디를 바꿨는지 대조하는 게 첫 일입니다.
다만 법이 모든 계약서에 직접 요구하는 것도 있습니다. 제7조 제2항은 계약서에 “계약 기간ㆍ갱신ㆍ변경 및 해제에 관한 사항”과 “수익의 분배에 관한 사항” 등 아홉 가지를 명시하고 서명한 계약서를 서로 주고받으라고 정합니다. 이걸 어긴 사업자는 500만 원 이하 과태료 대상입니다(제41조 제2항 제1호). 계약의 해제에 관한 사항이 아예 없는 계약서는 제7조 제2항 제1호가 정한 기재 사항이 빠진 셈입니다. 반대로 같은 조 제3항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면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해지의 순서: 위반, 14일, 해지
표준계약서 제16조 제1항이 해지의 기본 경로입니다.
‘기획업자' 또는 ‘가수' 중 일방이 이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유책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14일의 기간 동안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거나 혹은 시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위반사항의 시정이 지체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시정일로부터 14일의 범위에서 그 시정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양쪽에 똑같이 걸려서 회사가 정산을 안 하면 가수가, 가수가 활동을 거부하면 회사가 같은 절차를 밟습니다. 순서로 풀면 이렇습니다.
- 위반 확인 계약서의 어느 조항을 어겼는지 특정합니다 예: 제12조 제8항·법 제14조 제2항 회계 내역 미제공
- 시정 요구 상대에게 위반사항을 고치라고 요구합니다 기간은 14일
- 연장 가능 시정이 늦어질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14일 범위에서 기한이 늘어납니다
- 해제·해지 기간 안에 고쳐지지 않거나 고칠 수 없는 위반이면 해제 또는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조항은 시정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하라고 정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툼이 생길 때를 생각하면, 날짜와 위반 조항이 남는 방식으로 요구했는지 확인하세요. 해지일 현재 이미 생긴 권리와 의무(예를 들어 받을 정산금)는 해지로 사라지지 않습니다(제16조 제3항).
위약벌 계산식과 그 조건
“남은 기간만큼 물어낸다”는 말의 출처는 제16조 제2항입니다.
‘기획업자'가 계약 내용에 따른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수'가 계약기간 도중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목적으로 계약상의 내용을 위반한 경우에는 ‘가수'는 제1항의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계약해지 당시를 기준으로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액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가수'의 대중문화예술용역 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에는 실제 매출이 발생한 기간의 월평균 매출액에서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벌로 ‘기획업자'에게 지급한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7년(84개월) 계약에서 4년 6개월(54개월)이 지났다면 잔여기간은 30개월입니다. 직전 2년 월평균 매출액이 500만 원이었다면 위약벌은 1억 5,000만 원이 됩니다. 게다가 이 돈은 제1항의 손해배상과 별도죠.
그런데 이 조항이 걸리려면 두 조건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 조건 | 원문 표현 | 이게 없으면 |
|---|---|---|
| 회사 쪽 | 기획업자가 “계약 내용에 따른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회사가 먼저 의무를 어긴 경우는 이 문장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 가수 쪽 | 가수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목적으로” 계약상 내용을 위반 | 위반이 있더라도 파기 목적이 아니면 이 문장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표준계약서 기준으로 보면 위약벌은 회사가 할 일을 다 했는데 가수가 나가려고 일부러 계약을 어긴 경우를 위한 장치입니다. 그래서 실제 해지 분쟁은 “누가 먼저 의무를 어겼나”를 두고 다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가수가 요구했는데도 회계 내역을 주지 않았거나, 요구가 없었더라도 1년에 한 번 문서를 주지 않았다면 법 제14조 제2항 위반입니다. 수익을 지급하면서 정산 내역을 주지 않았다면 표준계약서 제12조 제7항 위반입니다. 이 해석이 개별 분쟁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지는 사안마다 다르고 법원이 위약벌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매출액”이 무엇의 매출인지(회사 전체인지, 이 가수 활동에서 나온 매출인지, 공제 전인지 후인지)는 제16조 제2항에 따로 정의돼 있지 않습니다. 내 계약서가 이 계산식을 쓴다면, 매출액의 범위를 부속합의서에서 어떻게 정했는지 확인하세요.
회사의 의무를 증명하는 서류: 정산 내역
“회사가 먼저 어겼다”를 보여 줄 재료는 대개 돈의 기록입니다. 표준계약서와 법이 둘 다 이 기록을 받을 권리를 정해 둡니다.
| 근거 | 내용 | 어기면 |
|---|---|---|
| 표준계약서 제12조 제6항 | 회사가 제3자에게서 대가를 받으면 45일 안에 가수에게 지급(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45일 범위 연장) | 계약 위반, 제16조 제1항 절차 |
| 표준계약서 제12조 제7항 | 수익을 지급하면서 정산 내역을 함께 제공. 가수는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이의 제기 가능 | 계약 위반 |
| 표준계약서 제12조 제8항 | 가수는 필요하면 정산내역을 요구할 수 있음. 제공 주기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름 | 계약 위반 |
| 표준계약서 제6조 제2항 | 계약 목적 이행에 필요하면 가수가 대중문화예술용역 관련 자료 열람·복사를 요청할 수 있고, 회사는 응해야 함 | 계약 위반 |
| 법 제14조 제3항 | 대가 수령일부터 45일 안에 계약에 따른 보수 지급 | 정당한 이유 없이 분배액 미지급 시 1천만 원 이하 과태료(제41조 제1항 제4호) |
| 법 제14조 제2항, 시행령 제2조의3 | 요구하면 회계 내역을 지체 없이 제공. 요구가 없어도 연 1회 이상 문서로 제공 | 500만 원 이하 과태료(제41조 제2항 제3호) |
요구하지 않아도 1년에 한 번은 문서가 와야 한다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시행령 제2조의3이 정한 문서에는 회계 내역, 회사가 제3자에게서 받은 금액, 지급해야 할 보수와 그 지급 시기가 들어갑니다. 정산이 맞는지 따지는 법은 내 정산서 검증하는 법에서 다뤘습니다.
표준계약서와 법이 따로 정한 해지 사유
14일 시정 절차 말고도 해지가 열리는 경우가 몇 가지 있습니다.
| 사유 | 근거 | 조건과 결과 |
|---|---|---|
| 가수의 중대한 질병·상해 | 표준계약서 제16조 제4항 | 활동을 계속하기 어려우면 당사자 합의로 해지. 회사는 손해배상 등 청구 불가 |
| 회사 쪽 성희롱·성폭력 | 표준계약서 제16조 제5항 | 회사·등기임원·직원이 가수에 대한 성희롱·성폭력으로 확정판결을 받으면 가수가 해지하고 손해배상 청구 가능. 직원의 경우 회사가 귀책 없음을 입증하면 예외 |
| 겸업 회사의 부당한 대우 | 법 제11조 제2항 | 제작업을 겸하는 기획사가 소속 가수의 용역을 받으려 할 때 가수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거나 차별하면 가수가 해지 가능 |
마지막 줄은 계약서에 없어도 법으로 생기는 해지 사유입니다. 다만 같은 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회사가 음반이나 음원을 제작하는 경우에는 동의 요건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수 활동의 큰 축인 음반·음원 작업이 이 동의 요건에서 빠지니, 이 사유가 쓰일 자리는 그만큼 좁습니다.
계약기간: 7년 상한과 늘어나는 기간
해지 대신 기다리는 쪽을 생각한다면 계약기간 조항을 확인하세요. 표준계약서 제3조 제2항은 “계약기간은 7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연장에는 양쪽의 서면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은 가수 개인 사정으로 활동을 못 한 기간만큼 계약기간이 늘어나게 합니다. 군복무, 임신·출산 및 육아, 대학원 진학·유학, 활동과 무관한 사유로 30일 이상 연속 입원, 그 밖에 가수의 책임 있는 사유입니다. 구체적인 연장 일수는 양쪽이 합의해 정하니, 계약서에 적힌 종료일이 실제 종료일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라면 활동 시간 제한과 별도 부속합의서가 붙습니다. 이 부분은 미성년 아티스트 계약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유통·퍼블리싱까지 포함한 계약 전반은 음악 계약 완전 가이드를 보세요.
해지를 생각하기 전에 확인할 것
분쟁이 생기면 표준계약서는 소송 전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조정, 한국저작권위원회 조정, 대한상사중재원 중재 중 하나를 거칠 수 있다고 정합니다(제18조 제2항). 중재는 단심으로 끝나고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는 안내가 계약서 안에 붙어 있습니다. 어느 길을 고를지는 사안마다 다르니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 내 계약서가 표준전속계약서(고시 제2024-21호)를 그대로 썼는지, 제16조가 바뀌었는지 대조했다
- 계약서에 계약 기간·갱신·변경 및 해제에 관한 조항이 있는지 확인했다(법 제7조 제2항 제1호)
- 회사가 어긴 조항을 번호로 특정할 수 있다
- 시정 요구를 날짜가 남는 방식으로 보냈고, 14일이 지났다
- 지난 1년 동안 회계 내역 문서를 받았는지 확인했다. 없으면 법 제14조 제2항으로 요구했다
- 위약벌 조항이 있다면 “월평균 매출액”의 범위가 부속합의서에 어떻게 정해졌는지 봤다
- 군복무·입원 등으로 계약기간이 늘어난 기간이 있는지 계산했다
- 조정·중재·소송 중 어느 길로 갈지 전문가와 상의했다
위에서 넷째와 다섯째 줄이 비어 있다면, 해지 통보 전에 시정 요구와 회계 내역 요구를 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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